한편 <에에올>은 미국에 살고 있는 중국계 중년 여성 '에블린'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국세청에서 감사를 받다가 전 우주를 위협하는 빌런 '조부 투파키'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게 외동딸 조이라는 사실도 깨닫습니다. 결국 딸과 우주를 함께 구하고자 하는 에블린의 고군분투가 펼쳐지는데... 여기까지만 보면 굉장히 혼란스럽지만 (근데 이 영화는 원래 혼란스럽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와작 뭉개면 '사랑'이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조부 투파키가 만들어 낸 커다란 베이글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어마무시한 허무의 블랙홀입니다.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고 왜 노력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엄마랑 왜 맨날 싸워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아무리 노력해도 내 존재를 인정 받을 수 없고 하여튼 죄다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다 던져 버리고 베이글 속에 빨려 들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조부 투파키가 가진 거대한 허무를 붙잡아 준 건 사랑하는 가족들의 손입니다. '찰나의 하찮은 순간이라도 너와 함께하고 싶다'는 그 말이 결국 그들을 함께 살아가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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