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에게는 비밀스러운 올해의 목표가 하나 있습니다. 자격증 취득이나 취미 만들기 같이 멋진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0단계인데요. 그건 바로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는 것입니다.
저의 일상은 스마트폰과 한 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선 아침에 일어나서 씻기 전에 SNS를 확인하고, 출근할 때는 스마트폰으로 노래를 듣거나 밤새 밀린 콘텐츠들을 봅니다. 직장에서도 업무 특성상 스마트폰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지요. 퇴근하고 집에 오면 0과 1의 세계에서 여가 시간을 보낸 후 잠드는 것의 반복입니다. 최근 들어서 더욱 심각해졌다는 걸 알면서도, 잠시 방심하면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솔직히 이건 심각한 도파민 중독입니다. 무척 창피하지만 요즘 저는 텍스트를 읽고 싶으면 책이 아닌 웹소설을 고르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기보다 드러누워 유튜브에서 영상 보기를 선택합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을 즐기고 나면 어느덧 허무하게 시간만 훌쩍 지나간 후입니다. 물론 인터넷 세상에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와 미디어들이 가득하지만, 제가 으른스럽게 절제하지 못한다는 것이 모든 문제의 핵심일 것입니다….
우리의 뇌는 늘 밸런스를 유지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도파민이 분비되면 반드시 반대 급부가 찾아온대요. 제가 주말을 다 소비해 엄청난 스케일의 판타지 웹소설을 정주행하고 나면, 왠지 허무하고 허전한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요. 그리고 당연하지만 도파민에도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뇌가 점점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된다고 합니다. 통 속의 뇌는 이미 짭짤하게 절여졌습니다. 흑흑.
비유를 하자면 건강하게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꾸만 치즈 얹은 불닭볶음면과 딸기 얹은 초콜릿 케이크가 머리 속에 아른거리는 느낌? 꼭 집어서 말하기 어렵지만 스마트폰 바깥의 세상의 색채를 만끽하는 방법을 상실하고 있는 게 아닌지 정말 무서워졌습니다. 어느 퇴근길 버스에서 제가 고개를 한 번도 들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을 때 특히 그랬답니다.
그래서 이제는 도파민 디톡스를 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는 결론인데요. 사실 이건 반성문이자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구조 메시지입니다. 어떻게 하면 저의 뇌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혹시 좋은 개선 방법이 있다면 진지하게 조언을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신년 목표를 무사히 달성할 수 있기를 응원해주세요. 흑흑.
─ 당신의 친구, H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