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엔가, 출근길에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자마자 야단 났다는 걸 깨달았다. 전날까지 멀쩡한 줄 알고 입었던 왼쪽 주머니에 구멍이 뻥 뚫려 있는 것이다. 작은 실구멍도 아니고 솔기가 죄다 틑어져서 고치려면 수선을 맡겨야 할 것 같았다. 아주 귀찮게 됐다. 그래서 일단은 그대로 입고 있는데 점점 커지는 거 같다.
주머니에 뚫린 구멍은 소소하게 곤란한 존재다. 특히 겨울 외투 주머니는 손을 비롯하여 일단 무엇이든 밀어 넣게 되는 곳인데, 구멍이 뚫려 있으면 조그만 물건들이 그 사이로 쏙 빠져서 도통 찾을 수 없게 된다. 외투 밑단을 더듬어 보면 뭔가가 있긴 있는데 꺼내려면 한참 들쑤셔야 한다. 카드지갑, 실핀, 라이터 등등이 단골 손님이다.
사실 나는 양말에도 구멍이 잘 난다. 아는 친구도 있겠지만 나는 발가락이 꽤 긴 편인데, 특히 엄지 발가락이 뾰족하게 길다. 아마 친탁인 것 같다. 때문에 출근 후에 슬리퍼로 갈아 신다가 철없이 튀어나온 엄지를 발견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그럼 다른 사람들 안 보는 사이에 재빨리 좌우를 바꿔 신는 스킬을 써야 한다. 앞서 말했듯 구멍은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나의 어리벙벙한 바느질 실력으로 직접 꿰맨 양말은 까끌거리고 서툴다.
가끔 인생도 어디 커다란 구멍에 던져 넣고 모른 척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거 영 틀려 먹은 것 같아서 에라 모르겠고 리셋 버튼 갈기고 싶은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그 생각을 하는 중에도 시시각각 일은 불어나고 있기 때문에, 그런데 아직 그 구멍을 들여다 볼 때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단 꿰맬 궁리를 한다. 시간이 흐른다고 경쾌한 해결책이 생기진 않는다. 그래도 그렇게 궁글리면서 지낸다. 거기다가는 잃어버린 양말 한 짝이나 보관해야지 하면서.
- 당신의 친구 H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