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기로 우리는 벚꽃을 보러 통영에 갔었다. 때문에 어딜 가든 연분홍이 만개해 있었다. 벚꽃 명소라는 봉숫골 거리를 들렀다가 걸어다니며 구경하던 중, 어쩌다 아담한 아파트 단지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잠깐 놀이터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멀찍이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는 몹시 여유로운 태도로
처언
처언
히이
우리 앞을 지나쳤다. 길고양이가 느긋할 수 있는 곳이라서 나는 통영을 상냥한 도시로 기억하게 되었다.
통영 시내에서는 어디든 맛있는 꿀빵을 판다. 달짝지근한 꿀에 푹 절인 따끈한 빵을 갓 나왔을 때 먹는 것이다. 지역 명물이라는 빵들이 여럿 있지만 꿀빵에는 비할 바가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다. 꿀빵을 한 상자 사서 안개가 자욱한 이순신 공원에 앉아 친구들과 나눠 먹었던 일은 인생의 노란 구슬 중 하나다. 아직 이른 봄이라 바람이 쌀쌀하고 해무가 껴서 바다가 잘 보이지 않는데도 즐거웠다.
나는 서울 촌놈이기 때문에 바다와 파도를 보고 감탄하지 않는 법은 잘 모른다. 통영의 바다는 매끄럽지 않고 이것저것 튀어나와 울퉁불퉁한 매력이 있다. 통영에는 미륵산에서 떨어져 나온 570개의 섬이 있다고 한다. 능선과 낙도는 이어지는 선과 점을 떠올리게 한다.
쓰다 보니 진짜로 엄청나게 가고 싶어졌다. 날이 풀리면 여행을 가야지. 꿀빵, 서피랑 떡복기(오타 아님)랑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사진도 많이 찍어야지. 항구가 내려다 보이는 촌스러운 카페에서 진짜 커피를 마셔야지. 루지랑 케이블카도 타야지. 이런 기다림으로 기꺼이 겨울 나고 봄을 맞이해야지.
그래서 올해도 이래저래 재밌게 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