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친구들. 2주 만에 편지를 씁니다. 면구스럽습니다. 혹시나 기다리셨던 분들이 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핑계를 대자면 찌는 더위에 무기력증이 도져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이렇게 늦어졌네요. 그런데 위에 첨부한 캡처를 보고 정신이 퍼뜩 차려져서 얼른 키보드를 잡았습니다. 실상 누가 저더러 쓰라고 윽박지른 것도 아니구 제가 원해서 시작한 건데, 매번 양해 없이 지각하는 건 편지를 받아봐 주는 친구들에게 예의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요. 죄삼다 흑흑. 일단 여기까지는 진심 어린 반성문이구요.
요즘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습관처럼 하는 말이 있는데, 시간이 왜 이렇게 빠르냐 하는 소립니다. 참으로 희한한 것은, 제가 세상의 모든 일들에 능숙해지는 속도는 예전과 비슷하게 느린데, 시간만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무빙워크에서 걸어가는 사람(물론 이러면 안 되죠)이 된 거 같습니다. 서른이 되면 이렇게 해야지, 서른셋 쯤엔 저렇게 해야지 등등 마냥 멀리 있다고 생각했던 막연한 계획들을 실현해야 하는 순간이 어느덧 코앞에 다가와 있는 것입니다. 정작 제 마음은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말이죠.
가끔은 누가 옆구리를 푹 찔러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를 먹고 보니 딱히 누가 이래라저래라하지 않아 인생이 곤란해집니다. 배부른 소리일까요? 하지만 저는 어렸을 때부터 FPS 게임보다는 RPG 게임을 좋아했습니다. 누군가 정해 놓은 스토리와 퀘스트를 따라가면 충분히 즐거우니까요.
그러나 제 현실에는 슬라임 300마리를 잡아 달라고 노가다 미션을 주는 NPC가 없기 때문에, 인생을 즐기려면 결국 스스로에게 퀘스트를 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지지난 주 읽다 방치한 책을 마저 읽어야지, 내일은 출근길에 스타벅스에 들러 오트라떼를 사야지, 내년을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탐구해 봐야지... 어쩌면 지키지 못할 공수표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결심들이 모여 시간을 밀도 있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몇 달 전부터 궁금했던 요리가 있는데. 중국식 퓨전 요리 중 오렌지 치킨이라는 것이 있대요. 굉장히 괴식처럼 들리는데 맛있다고 해서 호기심이 생기더라구요. 조만간 인생에 콘텐츠 하나 추가해 보겠습니다. 같이 드시러 가실 분 언제든 환영합니다. 그럼 다음 주에 만나요!
- 당신의 친구 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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