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친구들? 저의 게으름 이슈로 편지를 매번 주말 발송으로 미루게 되네요. 죄송할 따름... 편지 날짜가 들쭉날쭉 할 땐 저 녀석 또 발등에 불 떨어졌군 하고 너그럽게 보아 넘겨주시길 바랍니다...
날이 점점 더워지니 시원한 음식이 입에 당깁니다. 그중에서도 제일은 역시 아이스크림이구요. 양심상 액체과당을 자제하려고 노력하긴 하지만 냉동실에 쟁인 아이스크림을 생각하면 도토리를 비축한 가을 다람쥐처럼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특히 고소한 견과류나 곡물류의 아이스크림(밤, 호두, 피스타치오, 흑임자 등)을 좋아하는 편인데, 제가 기억하는 중 제일 맛있었던 아이스크림은 안동에서 먹은 피스타치오 젤라또였답니다.
안동으로 함께 여행 떠난 친구가 추천해 준 젤라또 가게였습니다. 대단한 기대 없이 주문했는데, 다른 맛들도 맛있었지만 피스타치오맛은 정말 눈이 번쩍 뜨이는 행복한 맛이었어요. 제가 먹어본 어떤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보다도 진하고 고소한 맛에 완전 반해버린 것입니다. 다음 날 한번 더 젤라또 가게를 방문할 정도로요.
어떤 연예인이 이야기하길, 여행을 갈 때마다 향수를 사서 그 향으로 여행지를 추억한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덥고 습한 서울에서 피스타치오 마루를 깨물어 먹으며 즐거웠던 안동에서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여행을 이루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단순한 행복감은 여행을 보다 반짝거리게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꼭 특산물이나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근사한 음식이 아니더라도 경쾌한 분위기와 대화를 곁들인 식사 얼마나 여행객을 풍요롭게 만드는가요. 물론 여러분도 아실 거예요. 좋은 사람과 먹는 것들은 뭐든 몇 배로 맛있어진다는 마법 같은 진실을요.
여러분이 여행지에서 먹었던 중 기억에 남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여행담과 함께 엮어 들려주시면 무척 즐거울 거예요. 그럼 다음 편지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