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들! 오랜만에 하이-파이브로 인사합니다.
분명 1-2주 후에 돌아오겠다고 기약했는데 미루다 보니 벌써 6월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마음 한 편에 얼른 써야지, 라는 마음은 늘 가지고 있었지만 막상 자리에 앉기가 어쩐지 어려웠어요. 인간의 관성이란 것이 나태한 쪽으로 끌려가기 얼마나 쉬운지요. 혹시나 기다리신 분들이 있다면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며...
어느덧 여름이 무르익어 걷기만 해도 땀이 비죽 흐르는 날씨입니다. 어제는 방에 가만히 누워있다가 습한 공기에 숨이 턱 막히는 듯해 얼른 선풍기를 틀었습니다. 여름엔 뭐든지 선명하고 빽빽해집니다. 무성한 초록 위로 쨍한 볕이 드리우면 채도를 +30 정도 더한 느낌이 듭니다.
여름을 좋아하는 편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근래 혜화동에서 한성대입구로 넘어가는, 초록 산 언저리를 가로지르는 듯한 길을 오가며 은근슬쩍 여름이 마음에 들게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고도 이렇게 반짝거리는 녹음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아요. 더 더워지기 전까지는 열심히 걸어야지 생각합니다.
초여름을 이루는 구름 몇 점 흐르는 파란 하늘과 아이스 아메리카노 컵에 맺힌 흥건한 물기와 깍둑 썬 수박 한 가득과 어디든 벽을 타고 오르는 주홍빛 능소화의 향연.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알게 해주는 모든 것들에 마음이 촘촘합니다.
여러분의 여름은 어떻게 시작했는지요? 간만에 보내는 머쓱한 편지지만 답장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럼 다음 편지에서 만나요. 안녕!
ps. 이전 편지를 한 번에 모아볼 수 있는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아래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링크를 공유해서 다른 친구들에게 추천을 해줄 수도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편지는 주 1번, 아마도 목요일 발송이 될 것 같아요. 꾸준히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진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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