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온라인 게임을 잘 못한다. 게임을 못 하는 데에 최적화되어 있는 사람이다. 왜냐면 1. 순발력이 없고 2. 동체시력이 느림 3. 그냥 게임 머리가 없음 등등…. 특히 FPS 게임처럼 정교한 컨트롤이 필요한 게임에는 아주 젬병이다. 그래서 게임을 싫어하는 게 결코 아님에도 불구하고 선뜻 도전하지 못할 때가 많고, 또 시작하더라도 금방 접게 된다.
기억하는 첫 게임은 '너구리'다. 아주 단순한 그래픽으로, 장애물을 점프해 피하거나 처치하면서 과일을 먹어 점수를 획득하는 게임이다. 나는 한 번도 3번째 스테이지까지 넘어가 본 적이 없다. 장애물로 나오는 뱀을 피할만한 담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불법 복제된) 게임 CD에는 100여 가지의 게임이 들어 있었지만 지금 기억나는 건 너구리뿐이다. 게임 스타트를 누르고 곧 죽어버렸지만, 긴장감에 벌벌 떨면서 그 게임을 열심히 했다.
나는 스릴을 별로 즐기지 않는다. 다른 말로 하면 긴장하는 상황을 싫어한다. 그래서 놀이공원에서 너무 스펙터클한 놀이기구를 타는 것도 안 좋아하는 것이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을 기피하는 보수성의 발현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내 일상이 좀 전반적으로 지루해진 거 같다. 사실 겁도 많고 긴장도 많이 하지만 센 척하느라 허세를 부리던 어떤 어린이와 일상이 심심한 어떤 어른.
요즘 열심히 하는 게임이 있다. '위 베어 베어스 더 퍼즐'이라는 모바일 게임인데, 하는 방법은 흔한 퍼즐 게임들과 비슷하다. 같은 과일들을 모아 터트려서 스테이지를 깨는 방식이다. 어쩌다 보니 회사 동료들과 함께하게 되었는데, 점심을 먹은 후 커피타임이 되면 게임을 켜는 게 자연스럽게 되었다. 조용히 게임을 하고 있으면 쓸데없는 스몰토크를 안 해도 되어서 좋다. 퇴근길 지하철이나 씻고 잠들기 전에 게임을 켜면 삼십 분 정도는 훌쩍 지나간다. 역시나 동료들 중 가장 꼴찌 레벨이다. 그래도 게임 캐시나 아이템은 제일 많이 가지고 있다. 아이템을 쓰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하고 싶어서 오기를 부리느라…. 그래서 맨날 하트가 부족하다.
흠. 재미없는 일들은 타코 폭탄 터트리듯 팡팡 없애버릴 수 있다면 속 시원할 텐데. 오늘은 자기 전에 딱 세 판만 하고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