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들! 요근래 날씨가 무척 따뜻해졌지요. (비록 미세먼지가 대박이지만) 볕도 잘 들어 이곳저곳 거닐기에 무척 좋은 계절입니다. 옷차림도 자연스레 가벼워졌는데, 더 이상 행거에 걸린 겨울 옷을 방치할 수 없어 그저께 대대적인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빨래 대작전을 감행한 거죠. 마침내.
그럴 때가 있지 않나요? 어제까진 아무 생각 없었다가도, 지금 당장 이 일들을 해치우지 않으면 못 견딜 것처럼 답답할 때요. 저는 종종 그런 순간을 겪거든요. 마치 계시라도 받은 것처럼 퇴근하자마자 물세탁 해도 괜찮은 외투들을 세탁기에 쑤셔 넣고, 행거에 걸린 니트들을 끄집어 냈습니다. 물론 세탁소에 다 맡기면 편하겠으나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짐을 들고 오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지라 손세탁을 해버렸습니다. 겨울 중에도 한 번씩 세탁을 하긴 했지만, 옷장 깊숙한 곳에 집어 넣기 전 깨끗하게 빨아 두어야 다음 겨울에 산뜻한 기분으로 옷을 꺼낼 수 있을 테니까요.
커다란 빨래 대야에 울세탁용 중성세제를 휘휘 풀고 겨우내 열심히 입었던 니트 대여섯 벌을 푹 담그면 작업은 시작됩니다. 비눗물에 푹 젖어 무거워진 니트들을 헹구면서 저는 거의 무아지경에 다다를 것 같았어요.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첨벙첨벙 빨래를 치대다 보면 어느 순간 정말 아무 생각도 나지 않거든요. 단순 노동에서 비롯되는 경쾌함이 찾아오는 때입니다.
열심히 헹궈낸 빨래들을 세탁망에 넣어 탈수를 시키고, 빨랫대에 늘어나지 않게 잘 걸쳐 놓으면 일단락이 되지요. 건조기가 있었다면 더 손쉬웠겠지만요. 이제 다 마른 빨래들을 정리해 넣어 두어야 하는데, 그러고 나면 정말 겨울을 다 보내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해요. 저는 옷장을 정리하며 비로소 계절의 시작과 끝을 실감하는 듯합니다. 이제 진짜 봄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것 같아요.
친구들의 봄은 무사히 제자리를 잘 찾아 왔을까요? 모두 따스한 하루 보내길 바라며, 다음 편지에서 만나요!
- 당신의 친구 Hai